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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도 정부광고(법원 공고 포함)의 차별집행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ABC제도의 조기정착을 위해 이제도에 참여하지 않은 언론사에 대해서는 연간 총 수백억원에 달하는 정부광고를 배정하지 않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검토 되어야 한다.'
-김상훈 인하대학교 언론정보학부 교수
제 목 ABC 왜 존재하나 [2017.05.23]
매 체 명 동양일보
발 간 일 20170523

(동양일보 김영이 상무이사 겸 편집국장)아직도 일반인에게 생소한 ABC 제도라는 게 있다. Audit Bureau of Circulations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신문·잡지의 발행부수를 실제로 조사해 공개하는 제도를 말한다.

1914년 미국에서 발발한 이후 아시아에서는 인도가 1943년 처음으로 실시했고 일본은 광고회사 덴츠(電通)가 주도해 1955년에 시작됐다. 한국에선 1989년 5월 세계에서 23번째로 ABC 협회가 창립됐다.한국은 1990년 준회원이 됐다가 1996년 정회원이 됐다.

이 제도는 근본적으로 언론의 자유와 시장경제원칙 속에서 출발해 시장경제 질서의 기초가 된다. 즉, 부수공개는 매체의 차별화를 유도해 시장경제를 위한 과학적 기준과 합리적 환경을 제공해 준다. 이와 함께 광고 단가의 기준이 되는 부수에 대한 정보를 상세히 밝혀줌으로써 불공정거래행위를 방지하는 데 목적이 있다.

사실 ABC 실사를 받아 자신들의 부수가 공개되는 것을 원하는 언론사는 없다. 깜깜이 부수에 의존해 광고를 한푼이라도 더 받아내려는 욕심은 중앙지나 지방지나 마찬가지였다.

한국의 광고시장에서 신문부수는 광고료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신문사에서는 경쟁매체보다 더 많이 발행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비싼 용지 값을 부담해 가면서 발행부수를 늘리는데 혈안이 돼 왔다. 심지어 발행부수를 조작하는 행태도 흔했다.

지금은 그런 광경을 보기가 쉽지 않지만, ABC 제도가 정착하기 전 까지는 묶음 띠도 떼내지 않은 신문 뭉치가 그대로 폐지 수집상으로 직행해 자원 낭비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신문 확장 과정에서 살인이 벌어질 정도로 신문부수는 신문사의 생명줄이었다.

외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ABC 제도도 광고주 니즈(needs)를 바탕으로 탄생했다. 여기에 정부도 ABC 부수 인정을 받지 않는 언론사에 대해서는 정부 광고를 주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해 ABC 정착을 이끌었다.

지금은 거의 모든 매체가 ABC 회원이 돼 ‘광고는 발행부수에 따라 공정하게 따내는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광고의 과학화를 이뤘다는 평가다.

독자들이나 광고주들도 이젠 ABC 공사를 받지 않은 신문사들이 주장하는 발행부수는 믿지 않는 세상이 됐다.

다만 신문의 질보다는 부수라는 양만으로 신문을 평가하는 것은 잘못된 관행이라는 지적도 있다. 신문의 권위를 발행부수나 면수 등의 외형적에 두기보다는 그 신문이 지닌 전통과 사회적 기능 등 정론지로서 역할에 따라 구분하고 광고단가도 평가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튼 언론시장이 어느 나라보다도 혼탁했던 우리나라에서 ABC 제도가 신문 시장을 다소 정화하고 서열을 가리는 잣대로 자리잡아 간 것은 누구도 부인 못할 것이다.

그래서 각 신문사들은 매년 한번씩 받아야 하는 ABC 실사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또 한국 ABC협회는 이를 바탕으로 실사부수를 공개해 각 신문의 발행부수와 유가부수를 비교할 수 있게 해 준다.

한국 사람들의 의식과 언론 풍토에서는 어찌됐든 부수가 많아야 영향력 있는 유력지로 인정받고 광고시장에서도 그만큼의 대우로 연결되는 게 사실이다.

ABC가 도입된 가장 큰 이유도 ‘속고 속이는 시장판’ 광고시장을 공정하게 만들자는 취지가 아닌가.

그러나 매년 실사를 거쳐 공개되는 부수가 광고시장에서 얼마나 인정받고 합리적인 광고료로 연결되는 가에 대해선 회의론이 크다.

일례로 이번 19대 대선때 각 후보 진영의 광고집행 기준이 엉망인 점이 이를 입증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각 당은 ABC 공개 부수를 일체 인정하지 않았다. 아니 묵살하고 무시했다. ABC실사 부수를 근거로 광고시장 정상화에 힘을 보태야 할 정치권이 되레 자신들 입맛에 맞는 손쉬운 기준을 내세워 재단한 것이다. 물론 광고료는 한정돼 있고 언론사는 많고, 누구는 주고 안 줄 수 없어 나름대로의 기준을 정했다고 하나 국회출입기자 여부를 기준으로 삼은 것은 너무나 자의적이고 설득력이 없다.

솔직히 말해 지방지가 국회에 출입기자를 두는 것은 상징적일 뿐 꼭 정론지여서가 아니다. 그렇다면 정부가 공인하는 ABC에 따라 기준을 정하면 그 기준이가장 보편 타당하고 합리적이라는 얘기가 된다.

ABC 협회의 역할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모두가 회원사여서 어느 한쪽에 설 수 없는 점은 이해가 가지만 자신들이 실사를 거쳐 공개한 부수가 광고시장에서 ‘물 먹도록’ 묵인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실사 부수가 광고시장에서 이토록 묵살된다면 ABC 제도는 왜 필요한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동양일보 dynews@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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